양양은 우리에게, 익숙한 제2의 동네
양양은 더 이상 ‘휴가지’라고만 부르기 어렵다.
여름이 아니어도, 한 달에 한 번,
적어도 두 달에 한 번은 꼭 들른다.
굳이 계획하지 않아도
어느 순간, 우리는 양양을 향하고 있다.
어디 갈지 고민도 없다.
숙소는 이미 익숙하고, 시장도 눈 감고도 갈 수 있다.
그래서 이번 여행도
‘휴가’라기보다는 ‘익숙한 쉼’에 더 가까웠다.
금요일 오전 근무 마치고, 부랴부랴 출발
이번에도 금요일 오전 근무를 마치자마자
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아깝지 않게 바로 출발했다.
짐은 전날부터 미리 싸두었고,
우리집 막내 강아지도 이번에도 함께다.
갈 때마다 동행하는 녀석이라 이젠 차만 타도 들뜬다.
점심은 도중 휴게소에서 간단히.
회오리감자와 소떡소떡 하나.
배를 채운다기보단 그냥 출출함만 달랜 정도.
숙소 도착 후, 본격적인 ‘여행 전 준비’
양양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한 일은
짐부터 푸는 것.
그리고 숨 돌릴 틈도 없이 장보러 나섰다.
첫날은 항상 이런 식이다.
먹을 것부터 챙겨야 여행이 굴러간다.
마트에선 대패삼겹살, 쌈채소, 묵은지,
그리고 옥수수막걸리를 꼭 사게 된다.
이 조합이 우리 가족의 첫날 공식 메뉴다.
해는 지고, 바다는 어두워졌고
장 보고 숙소로 돌아오니,
어느덧 어둑어둑해진 바깥.
짐을 대충 풀고, 고기를 꺼냈다.
불판을 달구고 고기 올리는 소리가
하루의 피로를 싹 날려주는 듯했다.
베란다 창밖으로는
깊은 밤 바다 위에 간격을 두고 떠 있는 오징어배 불빛이
별처럼 반짝이고 있었다.
정적이 흐르는 바다 위에
그 불빛은 너무나 선명하고 조용했다.
그 풍경을 바라보며 구운 삼겹살을 한 점,
그 뒤를 따르는 옥수수막걸리 한 모금.
캬—
이보다 더 완벽한 여행의 시작이 있을까 싶었다.
첫날은 늘 분주하고,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
도착, 짐, 장보기, 고기 한 점.
사실 별다른 걸 한 것도 없는데
이 하루가 이렇게 선명하게 남는다.
여행은 결국
‘무엇을 봤는가’보다 ‘어떻게 시작했는가’가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.
그날 밤, 마음은 이미 내일로 달려가 있었다
침대에 누웠지만 쉽게 잠들지 못했다.
몸은 피곤했지만,
마음은 내일을 기다리며 계속 들떠 있었다.
일출을 보고,
짜릿하게 바다로 들어가 째복을 잡고,
계곡물에 발 담그고 앉아 조용히 멍하니 쉬는 장면들이
머릿속을 계속 맴돌았다.
이 글을 쓰는 지금도
그날의 공기와 온도,
그리고 불빛 아래서 먹던 삼겹살의 고소함이
다시 떠오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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